◎선두로 부상◎
반도체 파운드리의 절대강자인 TSMC가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유리기판을 상용화 준비에 나서면서 같이 선두에 달리던 국내기업 SK, 삼성, LG를 제치고 패권을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TSMC는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용 유리기판 개발’ 계획을 전달했는데, 여기엔 일본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 기업 이비덴과 대만 패널 업체 이노룩스가 함께 차세대 CoWoS 패키징에 유리기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증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어요.
참고로 CoWoS는 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여러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서 고속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에요.
TSMC는 이번 자료에서 CoWoS용 유리기판 검증 수치를 처음 공개했는데, 시뮬레이션 검증에 따르면 유리기판의 패키지 공면성(COP·반도체 패키지나 기판 표면이 얼마나 평평하게 유지되는지를 보는 지표)이 기존 대비 16% 개선됐다고 합니다.
또 유효 열팽창계수(CTE)는 19% 낮췄으며, 유효 탄성계수는 31% 높였다고 합니다.
이어 전력 무결성 측면에서도 저항은 27%, 인덕턴스(전류 변화에 따라 전압 변동을 일으키는 전기적 성질)는 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수치들을 종합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TSMC의 유리기판을 사용하면 대형 AI 칩 패키지가 열 변화 과정에서 덜 휘고, 실리콘 칩과 기판 사이에 생기는 물리적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위에서 COP·CTE 지표가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기판 위에 올라가는 GPU·HBM 등 여러 칩을 연결하는 미세 배선의 정렬 오차와 접합 불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에요.
그리고 유효 탄성계수가 높아지고 저항·인덕턴스가 낮아졌다는 것은 대형 칩과 적층 메모리를 더 안정적으로 지탱하면서 전력 손실과 전압 흔들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TSMC는 이번 발표에서 유리기판 제작에 가장 문제점으로 꼽히던 미세 균열과 박리 현상이 이번 테스트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리기판의 특성상 강성이 높고 평탄도가 우수하지만 깨지기 쉬운 취성이 약점인 것을 생각해보면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다만 해당 테스트 과정이 무조건적으로 양산에 임박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TSMC는 유리 두께와 대형 CoWoS 패키지 안에 여러 칩을 배치하고 미세 배선으로 연결하는 설계(레이아웃)에 대해 추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했어요.
또 반도체 업계에서도 유리기판 양산의 핵심 난제로 꼽히는 유리관통전극(TGV) 문제도 아직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전망돼요.
왜냐하면 유리기판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여서 기판 위아래 회로층을 연결하려면 내부에 수만 개의 미세 구멍을 뚫고 구리를 채워 신호와 전류가 지나가는 수직 통로를 만드는 TGV 공정이 필요한데, TSMC가 아직 이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사실 모든 유리기판 관련 기업들이 여기서 애를 먹고 있어요.
◎SKC◎
한편 TSMC의 유리기판 호재 소식이 들리자, 국내 유리기판 대장주인 SKC는 경쟁우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가 급락했어요.
앞서 SKC는 유리기판 양상 시기가 가장 빠를 기업으로 기대됐지만, 기존의 '임베디드(Embedded) 방식'이 예상보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상용화 및 수율 확보에 상당한 딜레이가 발생하고 있죠.
이에 결국 제품 구현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논 임베디드(Non-embedded) 방식'을 병행하는 전략을 공식화했죠.
SKC도 TSMC와 마찬가지로 TGV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앱솔릭스에 투입했기에 유리기판에 상용화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기·LG이노텍◎
한편 다른 유리기판 관련주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주가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기 역시 유리기판을 상용화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최근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에 따른 고용량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고부가 기판(FC-BGA)의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슈퍼사이클)의 호재를 제대로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LG이노텍 역시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실적 개선과 AI 및 IT 수요 확대에 따른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 그리고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대장주로 꼽히면서 TSMC의 유리기판 이슈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