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엔화 약세◎
최근 몇 달간 일본 엔화의 약세가 다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엔화는 한때 급격한 약세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승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달러당 160엔 안팎까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입니다.
미국의 금리가 일본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이 지속되면서 엔화에는 매도 압력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죠.
◎일본은 왜 금리를 안올릴까?◎
일본은행의 입장에선 물가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 전반의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임금과 물가가 함께 상승하는 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동시에,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을 꺾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적인 재정·경제 정책은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기에 저금리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다카이치 내각과 대립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미국이 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저평가된 엔화는 일본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게 됩니다.
즉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것이죠.
특히 일본은 미국을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양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국채시장입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한 국가인데, 엔화를 방어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미국 국채를 매각해야 한다면 미국 국채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은연중에 일본 중앙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중입니다.
◎엔화가 올라도 문제◎
엔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있습니다.
엔 캐리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린 뒤, 그 돈으로 금리가 더 높은 달러 자산이나 해외 금융자산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에요.
금리가 낮은 엔화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런데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를 빌리는 비용이 커지고,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는 환율 측면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도하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는 동시에 주식·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올릴 수 있을까?◎
현재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한 번에 급격하게 금리를 끌어올리기보다는 경제 상황을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죠.
일본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는 자동차입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엔화가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해외 판매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엔화 약세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엔화로 환산할 때 기업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본의 중동향 자동차 수출은 급감하여 물류와 공급망에 충격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으로 경기와 기업 활동에 지나친 충격을 주는 것도 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천천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